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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6.07 20:49 수정 : 2016.06.08 08:35

3년전 ‘사건처리 보고서’ 보니

은성 직원 안전문 수리중 숨졌지만
검경, 업무상과실치사 수사 않고
개인과실 판단 ‘내사 종결’ 변사 처리

2013년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 안전문(스크린도어) 수리 노동자의 사망 사고 당시, 경찰과 검찰이 원청·용역 업체인 서울메트로와 은성피에스디(PSD) 쪽의 과실 여부는 정식 수사 대상에도 올리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8일 구의역 안전문 사고 이후, 경찰이 구의역 사고는 물론 지난해 강남역 사고에 대해서도 업체 쪽의 책임(업무상 과실 혐의) 여부를 집중 추궁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7일 <한겨레>가 입수한 문건과 증언 등을 보면, 사고 당시 수사 곳곳에서 허점이 발견된다.

성수역 사고로 숨진 심전우(당시 37살)씨의 사건을 지휘하던 서울동부지검은 사고 두달 뒤인 2013년 3월 서울 성동경찰서에 “내사를 종결하라”고 지휘했다. 당시 ‘변사사건 처리결과 보고에 대한 지휘 보고서’를 보면, 성동경찰서는 서울동부지검에 “용역협약서, 교육 내용 등을 볼 때 서울메트로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의 혐의점을 발견할 수 없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을 뿐이다. 경찰이 은성피에스디를 상대로 구체적으로 어떤 조사를 벌였는지에 대해서는 보고서에 언급되지 않았다. 즉 서울메트로와 은성피에스디 등의 원청·용역업체의 업무상 과실 여부에 대해선 정식 수사를 하지 않고, 내사를 끝으로 단순 ‘변사’ 처리한 것이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사건 피혐의자로 열차 기관사를 조사했다가 특별한 과실이 없다고 판단해 (업체 쪽의) 업무상 과실 여부까지 따지진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고 당시 심씨와 함께 현장에 출동했던 동료 ㄱ씨는 두차례 경찰 조사에서 “심씨가 역무실에 ‘스크린도어 점검한다’고 전화를 걸어 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역무원들이 심씨가 안전문 수리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했을 가능성에 대해 검경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찰과 검찰은 또 은성피에스디 쪽이 심씨에게 원래 업무 외 일인 장애 수리 등을 지시했는지에 대해서는 정식 수사도 하지 않았다. ㄱ씨의 경찰 진술 조서를 봐도, 경찰의 조사는 심씨의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대해 심씨와 일했던 은성피에스디 직원들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기술자임에도 현장 출동인력 부서인 강북지사에 소속됐던 심씨가 회사 지시를 받고 성수역에 수리를 하러 갔다가 사고를 당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당시 은성피에스디 전체 직원(125명) 중 전문기술자가 35명이고 나머지는 메트로 출신 ‘전적자’로 채워졌을 때라, 기술을 가진 심씨가 업무 외 일을 맡았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사고 당일 심씨가 들렀던 을지로4가역, 뚝섬역, 성수역 등이 사고 전 은성피에스디 강북지사가 ‘월간·일간 점검 통보서’를 통해 기술지사에 장애 사실을 통보한 곳이란 사실도 동료들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은성피에스디는 일부 직원에게 안전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을 이유로 과태료 30만원을 받았을 뿐이다.

이에 대해 성수역 사고 수사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내사 종결 지휘의 근거가 됐던 내사 기록을 보관 중인 성동경찰서 쪽은 기록을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재욱 방준호 기자 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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