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6.06.06 19:31 수정 : 2016.06.06 22:02

세상의 에미들에게

생때같은 자식 잃은 것처럼

큰일 또 있을까

기름 때 절은 차림으로

바람처럼 나가면서도

내 볼에 닿던 그 따뜻한 뽀뽀

곰살스런 네 미소가 생생한데

처참하게 찢겨버린 육신

피딱지에 퉁퉁 부은 얼굴

그날 입고 나간 옷에서

겨우 너를 찾아내고 목을 놓았다

20년을 내 손으로 키웠지만

너를 알아보지 못했으니

어찌 네 에미라 할까

책임감 있고 반듯하라 했던

지난날의 내 다그침이

이리 큰 잘못임을 이제야 알았구나

네 동생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으마

기름장어처럼 쑥쑥 빠져나와야 하는데

그렇게 키우지 못해서 미안하다

누군들 죽음이 두렵지 않을까마는

그리할 수밖에 없었음이라

그래서 복장이 터지는데

오히려 규정을 어겼다며

네 잘못을 거론하는 저 뻔뻔함을

에미는 잊지 않을란다

하루 종일 굶으면서 쫓겼던 날이

너의 마지막 날이라니

뭐가 그리 바빴느냐

공구 가방 속의 라면은 왜 남겼느냐

그것 먹고 적당히 머뭇거렸다면

그러면 우리는 오늘

푸지게 생일파티를 열 수 있을 텐데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너를 밀어넣고도

사죄도 반성도 없다

예고된 죽음이었음을

왜 나만 몰랐을까 눈물만 흐른다

참혹한 현실을 애써 감추고

나를 위로하던 햇살 같은 네 미소가

이리 큰 아픔으로 올 줄 몰랐었다

가슴이 찢어지고

억장이 무너지는구나

구의역에서 사고로 숨진 김아무개의 어머니의 글을 보았다. 울음이 왈칵 쏟아졌다. 왜 이런 사고들이 연이어 나고 있을까.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원년으로 삼겠다던 결기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안타까운 현실이다. 가슴 아픈 일이다. 어머니의 절규와 분노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송일섭 전북 전주시 완산구 강변로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