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새누리·국민의당·정의당
“위험 외주화 막아야”
서울시 비판엔 온도차
뜯지 못한 컵라면 하나를 남기고 숨진 청년노동자가 정치권을 ‘안전 외주화’의 참사 현장으로 불러 모았다. 20대 국회에서 민생우선과 협력정치를 약속한 여야 지도부는 31일,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홀로 정비하던 용역업체 직원 김아무개(19)군이 숨진 현장을 잇달아 찾아 사람의 안전이 비용 문제 뒤로 밀리는 현실을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당 청년소통특별위원회의 김성원·신보라 의원 등은 이날 오후 지하철을 타고 사고 현장인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을 찾았다. 지하철 1~4호선 운영사인 서울메트로 쪽으로부터 사고 원인과 재발 방지 대책을 들은 정 원내대표는 “왜 저런 안타까운 사고가 반복해서 일어나는지 국회 차원의 진상 규명을 통해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김군이 숨진 스크린도어 앞 추모 현장에 ‘이윤보다 안전이, 돈보다 생명이 우선입니다’라고 쓴 포스트잇을 붙이고 헌화했다. 그는 “‘불평등한 죽음’에는 용역업체의 재하청 등 외주화 문제가 깔려 있는 것 아닌가. 어떻게 5~6명이 50여개 정거장 관리를 할 수 있는지, 그렇게 해서 서울시민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서울시에 화살을 돌렸다. 정 원내대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날 현장을 방문해 대책을 지시했다는 점을 듣고, “지난해 강남역 사고 때도 같은 말을 했다. 감독 책임 문제 등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을 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3당도 일제히 사고 현장을 찾아 20대 국회에서 관련 규제 마련을 약속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책임이 부각되며 비판의 초점은 묘하게 엇갈렸다.
새누리당에 앞서 사고 현장을 방문한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지나치게 경비 절감 측면만 고려하다 발생한 사고”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추모 현장에 ‘사람 잃고 대책 마련하는 방식을 버려야’라고 쓴 포스트잇 메모를 붙였다. 현장에는 우원식 더민주 을지로위원회 위원장과 추미애, 진선미, 박주민 등 의원 9명이 동행했다. 우 위원장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상시 업무에 대해 위험을 외주화하는 제도를 막아야 한다”며 20대 국회에서 관련 입법을 약속했다. 을지로위원회는 지난 19대 국회에서 철도·항공 등 국민 안전과 관련한 업무에 기간제·파견 노동을 못하게 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새누리당의 노동 관련 4개 법안과 맞물리며 처리가 무산된 바 있다.
국민의당과 정의당 등은 더민주에 견줘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에 책임을 강하게 돌렸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문제가 대두됐을 때도 서울시만은 이러지 않을 것이라던 믿음이 완전히 배신감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도 “이 사고는 한 개인이 당한 불행한 사고가 아니라 사회적 타살이다. 2인1조(근무)는 대국민 립서비스일 뿐이었다”고 서울시 쪽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남일 엄지원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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