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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5.29 19:03 수정 : 2016.05.31 08:20

2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안전문(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체 직원 김아무개군의 가방에 있던 스패너 등의 작업공구와 컵라면, 스테인리스 숟가락, 일회용 나무젓가락. 유가족 제공

또 지하철 안전문 사망사고

생일 하루 전 보수중 전동차에 끼여
협력업체 6명이 49개역 장애 처리
밥도 제때 못먹어 가방엔 컵라면

인력부족 탓 ‘2인1조’ 수칙 무용지물
작업 전 역무실에 보고도 못 한듯
“공기업 직원 될 희망에 버텼는데…”

“오늘이 아들 생일이에요. 어제 가족들이 같이 축하해주기로 했는데….”

29일 아들의 주검이 안치된 건국대병원에서 만난 아버지 김아무개(50)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아들(19)은 전날 28일 오후 지하철 2호선 구의역의 고장난 안전문(스크린도어)을 고치다 승강장에 들어오는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숨졌다. 오후 5시55분 안전문을 열고 승강장에 진입하고 2분 뒤인 57분 사고를 당했다.

김군은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지난해 10월, 지하철역 안전문 유지보수 업체 은성피에스디(PSD)에 취직했다. 김씨는 “(아들이) 취직이 늦어 마음고생을 하다, 취직하고 너무도 좋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군은 퇴근 뒤 매일 ‘파김치’가 됐다. 은성피에스디는 서울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의 협력업체로, 서울메트로 관할 121개 스크린도어 설치역 가운데 97개역 안전문 유지보수를 맡아왔다. 업무시간(오후 1시~밤 10시)에는 10명이 안 되는 인원으로 50개 가까운 역을 맡은 적이 허다했다. 김군의 어머니는 “인원이 적은데 수리 갈 곳은 계속 나오니까 아들이 밥도 잘 못 먹는다고 얘기했다. 근무시간이 넘게 근무한 적도 많았다”고 가슴을 쳤다.

28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안전문(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체 직원 김아무개(19)군이 승강장으로 진입하던 열차와 안전문 사이에 끼여 숨졌다.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광진소방서 제공
사고 당시 김군이 소지한 가방에는 니퍼와 드라이버 등 작업공구와 필기도구 그리고 스테인리스 숟가락과 일회용 나무젓가락, 컵라면이 들어 있었다. 김씨는 “아들이 밥 시켜놓고, 출동 떨어져 못 먹는 경우도 많았다고 얘기했었다. 사고 당일에도 종일 굶을까봐 컵라면을 싸가지고 다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업체와 노조 쪽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고 발생 당시 김군이 포함된 근무조 6명의 노동자는 49개 역의 안전문 장애 처리를 맡고 있었다. 직원 2명이 사무실에서 대기하고, 나머지 직원 4명이 지하철역 현장으로 지령을 받고 출동하는 식이다. 서울메트로 쪽은 하루 평균 30건, 많으면 40~50건의 장애가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업체 관계자는 “이용객들이 많은 시간 주로 장애가 발생하다 보니 인력이 부족할 때가 종종 생긴다. 사고가 났을 때도 그랬다”고 말했다.

2013년 1월 지하철 2호선 성수역에서 같은 업체 직원이 안전문 점검 중 열차에 끼여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뒤 서울메트로는 선로 쪽을 점검할 때는 2인1조로 해야 한다는 안전수칙을 정했다. 그러나 김군은 혼자서 점검을 하다 변을 당했다. 서울메트로는 언론 브리핑에서 “전자운영실과 역무실에 작업 내용을 보고해야 하는데 보고 절차가 생략됐다”며 김군의 과실을 시사했다. 수리업체의 한 직원은 “하청으로서 빨리 장애조처는 해야 하고, 수리인력은 부족한데 보고를 하면 수리 허가가 안 나기 때문에 보고 없이 혼자 수리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사고 당시 구의역에는 3명의 역무원이 있었다. 안전문 이상을 발견한 기관사가 신고했지만 역무원들은 1시간여 동안 안전문 고장 상황과 사고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기관사의 신고는 관제실에만 통보되고 역무원들에게 전달되지 않는 체계다. 당연히 역무원 쪽의 안전확인 조처는 없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 서울동부지청,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사고를 합동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김군은 안전문 유지보수 업무가 서울메트로 자회사로 이관된다는 소식에 공기업 직원이 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품어왔다고 한다. 지난 23일에는 비번임에도 서울메트로 본사 앞에서 협력업체 직원 전원을 자회사에 고용승계할 것을 요구하는 집회에 참석했다. “공기업 직원 된다는 희망 하나로 참아가며 출근했던 아들이에요. 월급 받았다고 동생에게 용돈을 주고 출근하던 아들 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 몰랐어요.” 김군의 어머니는 눈시울을 붉혔다.

이재욱 방준호 기자 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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