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5.22 19:32
수정 : 2016.05.24 23:18
2005년 최경환·정갑윤 등
“상임위 소위서 독자 개최 가능
상임위 2/3 찬성땐 강제증언” 담아
지금은 “국정혼란” 정반대 선회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지난 1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청문회 활성화법’이 “행정부를 마비시킬 것”이라며 거부권 행사와 재개정을 적극 검토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이 과거 야당 시절에는 이보다 더 강력한 청문회 활성화법안을 여러 차례 추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 야당 땐 ‘초강력 청문회 활성화법’ 참여정부 시절이던 2005년 7월, 박종근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44명은 “국회의 행정부 감시·감독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청문회 제도 활성화가 필요하다”며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최경환, 정갑윤, 황우여, 이병석, 심재철, 유승민, 나경원, 이재오, 정두언 의원 등이 두루 참여했다.
당시 개정안은 국회 각 상임위가 열 수 있는 청문회를 입법·감독·조사·인사청문회 네 가지로 세분화하고 각 청문회 개최 요건을 크게 완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재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야당에서 청문회를 정쟁으로 이용할 것”이라고 반발하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접근이다.
이 법안은 정부·공공기관 등의 정책·예산 집행에 대한 ‘감독청문회’의 경우 각 상임위원회 또는 상임위 소위 재적위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와 상임위 의결이 있으면 개최할 수 있도록 했다. 공직자 비리 등을 포함해 특정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조사청문회’는 상임위 의결과 국회의장 승인을 거쳐야 하지만, 조사청문회 대상자가 형사책임 때문에 증언을 거부할 경우에는 상임위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강제 증언’을 가능하게 하는 강력한 조항을 담았다.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은 2005년에만 이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국회법 개정안을 모두 3건 발의했다. 현재 여권이 들으면 펄쩍 뛸 만한, ‘상임위별 소위에서 독자적으로 청문회를 개최할 수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들 법안은 17대 국회가 끝나며 폐기됐는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유사 법안을 다시 발의한 여당 의원은 없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2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야당은 ‘정쟁 청문회를 안 하겠다’고 하지만 행정과 사법의 대혼란은 불문가지다. 수사·재판 중인 사안에 대한 국회 조사는 사법 기능과 충돌할 것이며, 국회로 불려온 공무원들로 세종시는 텅 비어 동시다발적 국정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협치를 깨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삼권분립에 따른 대통령의 국회 견제 자체를 금기시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이어 “정의화 국회의장이 전지전능한 신도 아닌데 여야 합의로 본회의 처리 법안을 결정해온 국회 운영 룰과 관행을 독단적으로 깨버렸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 미 의회 도요타 청문회가 모범 현 여당이 과거에 발의한 법안들은 미국 의회의 청문회제도를 본뜬 것이다.
조사청문회의 ‘모범’으로는 2010년 미국 상·하원의 도요타 자동차 리콜 사태 청문회를 들 수 있다. 당시 하원 2차례, 상원 1차례 청문회를 열어 미 교통부 장관과 일반 소비자는 물론, 도요타 미국법인 사장과 일본 본사 시이오(CEO)까지 증인으로 불려나왔다. 시민 안전에 대한 위협, 이를 관리·감독했어야 할 행정당국의 문제점,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였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 청문회를 벼르고 있는 정치권이 참고할 만하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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