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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5.25 08:59 수정 : 2016.05.25 10:48

서울 지하철 강남역 10번 출구에 있던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 피해자 추모 공간이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시청 시민청으로 옮겨진 뒤, 시민들이 추모의 글이 담긴 포스트잇을 둘러보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일부 시민 비난 발언 던지기도…행진 후 성폭행 고백 이어져

“왜 밤늦게 다녔냐고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잃어버린 밤길을 되찾겠습니다.”

강남 화장실 살인사건을 추모하고 여성 차별 현상을 비판하기 위해 시민들이 약1시간 거리 행진 시위를 벌였다.

시민 50여명은 24일 오후 10시께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부터 강남역까지 이어지는 골목 번화가를 행진하며 여성 혐오 분위기를 규탄했다.

이들은 ‘나도 자유롭게 밤길을 걷고 싶다’, ‘밤길이 니들 꺼냐? 빼앗긴 밤길을 되찾자’, ‘뭘 입든 너 보라고 입은 것 아니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걸었다.

‘밤길을 되찾자’라고 쓰인 스티커를 마스크 등에 붙인 이들이 많았다. 소주병이나 국화꽃을 든 이도 있었다.

여성 참가자들이 많았지만 남성 참가자들도 10명 가량 함께 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참가한 대학생 김태인(21)씨는 “여성들이 주체적인 목소리를 내자 남성들이 권력을 잃을까 불안해서 불쾌해하고 여성 혐오 현상을 부인하고 있다”면서 “남성이 함께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마이크에 대고 자유 발언을 이어가면서 강남역 뒷골목 유흥가를 행진했다.

일주일 전 살인사건이 일어난 노래방 건물 앞에서는 잠시 멈춰 서서 “여성 혐오없는 세상 만들자”, “여성이 안전한 세상이 모두가 안전한 세상입니다” 등 구호를 외쳤다.

인근 주점에서 술을 마시던 시민들은 이들의 행진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공감 어린 눈빛으로 지켜보는 시민도 있었지만 한숨을 쉬거나 혀를 차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한 남성은 “죽은 사람 추모나 합시다”라고 외치고는 행렬을 피해 달아났다.

눈살을 찌푸리며 행진을 쳐다보던 직장인 박모(31)씨는 “피해자 추모가 변질됐다. 남자가 죽었어도 이런 분위기가 생겼겠느냐”며 고개를 저었다.

행진은 지난 일주일간 자발적 추모 공간이 만들어졌던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서 오후 11시께 마무리됐다.

이어진 자유 발언에서는 여성들이 약 20분간 자신들의 성차별·성폭행 경험을 고백했다.

한 여성은 “성폭행을 당하고 주변 사람들한테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은 ‘왜 밤늦게 다녔냐’는 것이었다”면서 “주변에 피해 여성이 생긴다면 뭘 가르치려 말고 그냥조용히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다른 여성은 “공대에 다니며 남초사회에서 수많은 성추행과 차별을 경험하고 목격했지만 ‘당신들은 무례하다’, ‘싫다’고 말하지 못했다”며 “강남 살인사건 피해자 여성분께 죄송하다”고 절규했다.

행진을 제안한 용윤신(26·여)씨는 “여성들이 더 이상 위협받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세상을 다 같이 만들고 싶다”면서 “사건 발생 열흘째 되는 금요일에 한 번 더 행진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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