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5.23 20:00
수정 : 2016.05.24 14:11
‘72시간 내 정신병원 입원’도 활용
강신명 청장, 기자간담회
“여성 불안감 공감하지만
이번 사건은 혐오 아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23일 “경찰관이 치안활동 중 정신질환으로 타인에게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을 발견하면 ‘행정입원’, ‘응급입원’ 등 적극적인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강 청장은 이날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과 관련해 여성 범죄에 대응한 치안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정신질환자의 입원 등의 관리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보고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지만, ‘정신질환자에 의한 묻지마 범죄’란 틀에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여성의 불안감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에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혐오라는 것은 의지적 요소가 들어가야 하고 경향성이 있어야 한다”며 “이번 사건은 혐오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강 청장이 언급한 행정입원은 범죄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의심되는 정신질환자를 경찰관이 발견하면 정신과 의사 등 전문가를 통해 지자체장에게 진단과 보호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지난 19일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근거가 마련됐다. 경찰은 긴급 상황 발생 시 72시간 이내에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는 기존의 응급입원 제도도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나 인권단체들은 경찰의 방침이 모든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는 등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비판한다. 통념과는 달리,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이 비정신질환자 범죄율의 10분의 1에 못 미친다는 통계가 있고, 정신질환으로 범죄 동기를 100% 설명하기엔 불분명한 측면이 존재하는데 입원 대상자에 대한 판단 기준도 모호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용천 한양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질환자는 의료에 관한 부분이기에 한 가지 잣대로 평가하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며 “(정신질환 여부는) 판단도 어렵고 인력도 막대하게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현장에서 적용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한 일선 경찰관도 “범죄 가능성 있는 정신질환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기 쉽지 않다”며 “과거 범죄 경력 있는 정신질환자나 동네에서 민원이 많은 정신질환자들을 대상으로 점검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새달 1일부터 8월말까지 석달간을 여성 상대 범죄에 대응하는 특별치안활동 기간으로 정하고, 취약 지역·시설, 불안감을 조성하는 인물 등에 대한 제보를 수집한다. 신변 위해를 신고한 여성에게는 손목에 착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스마트워치’(112 자동신고 기능 등)를 지급할 방침이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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