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살인사건’의 피해자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서울 서초구 강남역 10번 출구 앞 유리벽에는 ‘피해자를 ○○녀라 부르는 기자 가해자 죽어서도 소비되는 한국 여자’라며 가해자의 시선으로 이번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을 비판하는 글이 붙어 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피해자 ‘○○녀’라고 딱지붙이고
가해자에겐 면죄부 기사 써
사건현장 CCTV 그대로 노출하기도
여성민우회 “선정 보도 큰 충격”
“피해자를 ‘OO녀’라 부르는 기자 가해자, 죽어서도 소비되는 한국여자”
서울 서초구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 붙은 포스트잇에는 여성을 대상화하는 언론의 보도 형태를 지적하는 한 시민의 목소리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강남역 여성살인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에는 ‘묻지마 살인’, ‘OO녀’, ‘꿈이 많던 신학생’ 등의 제목들이 달렸다. 한 추모객은 “언론이 피해자 대신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기사와 제목들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8일 ‘“여자가 무시” 목사 꿈꾸던 신학생 묻지마 살인’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누리꾼들 사이에서 공분을 불렀다. 이 기사는 “‘평소 여자들에게 무시를 당했다’며 모르는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전직 신학생이 경찰에 붙잡혔다”고 보도했다. 강남역 살인사건 공론화(@0517am1) 트위터는 이 기사에 대해 “여성혐오로 인한 살인이 일어났는데, 선량한 신학과 학생을 피해자가 무시해서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는 (식으로) 기사를 썼다”고 꼬집었다.
경찰이 제공한 사건 현장 폐회로텔레비전(CCTV) 화면을 그대로 노출한 방송 보도도 도마에 올랐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사건 보도에서 화면을 무분별하게 보여주는 것은 범죄 예방의 목적이 아니라 선정적인 보도일 뿐”이라며 “피해자와 피해자의 주변 인물들에게 큰 충격을 주게 되고, 시청자 또한 공포와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우회는 “특히 이 사건이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이기에 폐회로텔레비전 영상은 여성들에게 공포를 심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수진 박수지 기자 jjinpd@hani.co.kr▶디스팩트 시즌3 방송 듣기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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