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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5.22 15:30 수정 : 2016.05.24 14:21

22일 오전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계 이상경 경사가 강남 화장실 살인사건 피의자 심리분석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6.5.22 연합뉴스

‘여성들이 견제·괴롭혀’ 피해 망상
서빙하던 식당서 불결함 지적 등
‘여 음해’ 망상이 범행 촉발

서울 강남역 인근 주점 건물 화장실 살인사건을수사 중인 경찰이 이번 사건을 정신질환자의 묻지마 범죄라고 결론 내렸다.

서울지방경찰청은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피의자 김모(34·구속)씨를 19일과 20일두 차례 심리면담해 종합 분석한 결과 전형적인 피해망상 조현병(정신분열증)에 의한 묻지마 범죄 유형에 부합했다고 22일 밝혔다.

김씨는 2003∼2007년 “누군가 나를 욕하는 것이 들린다”고 자주 호소하며 피해망상 증세를 보였다. 이 증세는 2년 전 김씨가 특정 집단에서 소속되면서 ‘여성들이 자신을 견제하고 괴롭힌다’는 피해망상으로 변화됐다.

김씨는 서빙 일을 하던 식당에서 이달 5일 위생 상태가 불결하다는 지적을 받고이틀 뒤 주방 보조로 옮겼는데, 이 일이 여성 음해 때문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 범행을 촉발한 요인이 됐다고 경찰은 분석했다.

경찰은 범행 당시 김씨의 망상 증세가 심화한 상태였고 표면적인 동기가 없다는점, 피해자와의 관계에서 직접적인 범죄 촉발 요인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이번 사건이 묻지마 범죄 중 정신질환 유형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 김씨가 화장실에 들어온 여성을 보자마자 바로 공격한 점으로 미루어 범행 목적성에 비해 범행 계획이 체계적이지 않아 전형적인 정신질환 범죄의 특성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청 프로파일러는 “김씨가 2년 전 소속됐던 특정 집단의 여성들로부터 사소하지만 기분 나쁜 일들을 겪었다고 얘기했다”며 “그러나 이미 그전부터 피해 망상 증상이 나타났었고, 명확한 근거도 없어 이 또한 피해 망상으로 왜곡해 인지한 것일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씨가 여성들이 자신을 싫어한다는 근거로 든 내용에 ‘여성들이 자기가 일하러 갈 때 의도적으로 지하철에서 천천히 걸어 자기를 지각하게 한다’는 등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가 ‘내가 여성들로부터 여러 피해를 당했지만 참았는데 최근에는일까지 못하게 되는 등 직업적으로 피해를 입어 더이상은 못참겠다고 느꼈다. 이렇게 있다가는 내가 죽을 거 같으니 내가 먼저 죽여야겠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외아들인 김씨는 부모와 거의 대화 없이 지내는 등 가족과 단절된 생활을 해왔고, 청소년 때부터 앉고 서기를 반복하는 특이 행동을 보이거나 대인관계를 꺼려왔다고 경찰은 전했다.

아울러 김씨가 2008년부터는 1년 이상 씻지 않는다거나 노숙을 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기본적인 자기 관리 기능을 잃었다고 분석했다. 자신의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도 거의 없던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경찰은 김씨가 중학교 때부터 비공격적인 분열증세를 보였고, 2008년 조현병 진단 후 6차례 19개월 2주 가량 입원치료를 받았지만 올 1월 마지막 퇴원 후 약을 끊어 증세가 악화해 범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청 프로파일러는 “혐오(증오)범죄와 정신질환 범죄는 구분해 정의를 내려야하는데 이 경우는정신질환 범죄”라며 “혐오범죄는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에 기인한 것이고, 정신질환 범죄는 정신질환 때문에 생긴 특정 집단에 대한 피해망상과 환청 등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망상 때문에 반감을 가지는 것은 혐오범죄에 속하지 않는다”며 “지난해 특정 민족이 한국에 와서 한국을 망친다는 망상을 지닌 환자가 해당 민족 사람 3명을 살해했는데 이는 환자의 피해망상에 의한 정신질환 범죄이지 인종혐오 범죄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정확한 범행 동기를 밝히려고 19일 프로파일러 3명을 투입해 약 1시간 30분 김씨를 1차 면담하고, 다음날 경찰청 범죄행동분석팀장 권일용 경감 등 프로파일러 2명을 추가 투입해 4시간 동안 2차 면담을 해 심리 검사를 했다.

김씨는 17일 0시 33분 주점 건물 남녀공용 화장실에 들어가 있다가 남성 6명이 들고 난 후인 같은 날 오전 1시 7분 화장실에 들어온 첫 여성인 A(23)씨를 흉기로 살해했다.

사건 당일 경찰은 “평소 여성에게 무시당해 범행했다”는 김씨 진술을 언론에 밝혔고, 여성혐오 범죄라는 분석이 제기돼 전국에 피해 여성의 추모열기가 확산했다.

한편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일반 여성들에 대한 반감은 전혀 없고, 여성혐오 때문이 아니라 여성들로부터 실제 피해를 당했기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진술했다.

또 인터넷 상 여성혐오에 대해서는 “어린 사람들의 치기 어린 행동인 것 같고, 나는 그런 이들과 다르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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